독서 리뷰

<모순> (*결말 스포 주의)

[문뻡볻] 2023. 8. 15. 21:50
반응형

 

 

 

모순 : 네이버 도서 (naver.com)

 

모순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youtube를 통해 추천하는 도서로 많이 손꼽히길래 찾아 보게 되었다.

양귀자 작가님하면 학생 시절에 접한 <원미동 사람들>만 기억에 남아 있다.

내용은 여느 평범한 20대 여자의 가족, 사랑,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다른 인물들이 무척 전형적이면서 매력있었다.

그 시대의 흐름에 가졌을 사고방식이 이해될 때와 아닐 때를 왔다갔다했다. 

그때만의 정서나 문화 등이 담겨 있어서 흥미롭고, 

주인공을 통해 전해지는 작가님의 시선과 서술이 마음을 울렸다. 

 

 

 

 

되게 별거 아닌 평범한 문장인데, 몇 번을 곱씹어보게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고민하며 

나 자신의 불행을 남의 불행만큼 아무렇지 않게 넘기지 못한다.

마치 내가 인생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인마냥, 

나는 행복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피해자가 된 것마냥.

 

분명 미성숙한 아동일 때 자기 중심적 사고로 바라본다는데

배려를 배우고 습득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어른이 된 우리들은 왜 여전히 자기 중심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가.

 

'나'의 우선순위가 '나'여서일까.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사람이 오롯이 '나'여서일까.

스스로 자문해보지만 답은 명확하지 않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아버지와 이모였다.

아무래도 그들의 결말때문일까.

외로움이라는 공통점 아래 그들은

안진진과 나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아버지는 타인에게 읽혀지지 않는 텍스트'라던 안진진의 언급처럼

그는 이해받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것이 불행이고, 그 불행이 아버지를 방황하게 만들었고

집을 들락날락하다 결국 가족과 집을 떠나 행방불명.

 

어렸을 적 아버지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던 안진진.

어린아이의 작은 손이 어느덧 자라 아버지와 비슷한 크기의 손이 되어서

드디어 아버지와 손을 맞춰보고

그 질문을 할 수 있을거라 희망한 때에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아버지.

 

안진진은 아버지께 질문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게 되었고,

아버지는 결국 세상에 이해받지 못한 채 외로움에 잠식되어

그 모든 것을 잊고 자신을 기억하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읽혀지지 않는 텍스트가 백지가 되었으니

이젠 세상에 이해받을 필요도 없어졌다.

안진진이 질문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있었을 일말의 가능성마저

부숴버린 세상의 폭력적인 모순에

괜히 격분했다.

 

 

 

 

 

 

 

 

엄마와 쌍둥이인 이모.

모든 게 닮았지만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달라진 인생.

안진진에게 이모가 엄마보다 더 엄마였으면 하는 사람이었고,

그렇다고 안진진 엄마일 수는 없었던 사람.

 

자상한 남편과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자식들,

부유한 환경을 갖춘 이모는

남들이 보기엔 선망이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멀리서 바라본 이모의 삶은 그랬겠지만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이모의 삶은 

정작 외롭다 못해 지옥이었다는 것.

이것도 모순이라면 모순이겠지.

 

이 세계가 준 행복이 이모에겐 행복이 아니었다는 것.

감정 표현에는 솔직한 이모가 자신이 불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했다.

읽으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이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특히 첫눈을 보기 위해 진진이와 뛰어다녔던 부분)

이모의 선택은 자살이었다.

 

이 자살을 철저히 준비하며 딸보다 더 가까웠던 조카에게 보낸

이모의 마지막 편지가 살 떨리게 충격이었다.

그 편지가 안진진이 아닌 나에게 온 편지처럼 착각할 만큼

누군가의 죽음을 처음 겪었을 안진진에게 몰입하면서 

편지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이모가 사라진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이모의 부재가 가져온 상실의 감정 속

진진이는 현실적인 결혼 상대를 선택했다.

사랑하는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를 남편으로.

의미심장한 문장이 있었던 터라 김장우가 아닐 것 같긴 했는데,

이모의 죽음이 역설적으로 김장우를 선택하지 않게 했다.

 

행복하려면 사랑하는 사람(김장우)과 함께여야겠지만

안진진이 그토록 바라던 삶은 이모같은 삶,

다시 말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사랑하는 이모를 떠나보내고

남은 또 하나의 사랑(김장우)을 감당할 기운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현실과 타협해 나영규를 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굴곡진 인생으로 남편과 아들 문제를 해결하려

아등바등 삶을 살아가는 안진진의 엄마와

조용하다못해 심심한 인생으로 생에 대한 집착을 버린 이모.

 

작가님이 그려낸 인간군상의 삶의 모순을 

내 부족한 독해력으로는 다 읽어내지 못했지만

사는 게 뭘까, 인생은 뭘까 등

삶에 대한 정의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반응형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0) 2023.04.11
<밝은 밤>  (0) 2023.01.27
<너를 국어 1등급으로 만들어주마>  (0) 2022.11.14
<백만장자의 시크릿>  (1) 2022.01.19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0)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