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국어 공부/문학 작품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문뻡볻] 2023. 12. 9. 11:10
반응형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살뜰한 :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자상하고 지극한

현실의 고난과 고독, 가족의 해체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객지에서의 방랑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바람과 추위 - 냉혹한 현실, 고난과 시련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어느 목수네 - 박시봉네

삿 : 삿자리.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 셋방을살았다, 더부살이를 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내 몸 하나 감당하기 힘든 상황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딜옹배기 : 둘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벌어진 작은 질그릇

북덕북 : 짚이나 풀, 겨 따위가 뒤섞여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잘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약하고 무기력한 화자의 모습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며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슬픔, 어리석음 - 회한(뉘우치고 한탄, 후회)의 정서

쌔김질 - 슬프고 어리석은 삶의 반추(되풀이하여 생각), 반성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비애와 회한에 사로잡혀 지낼 때

'내 ~ ㄹ적이며' - 비슷한 문장 구조 반복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모진 운명에 대한 체념과 절망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러나 - 시상전환(절망에서 희망으로)

고개를 들어 - 시선 변화(심리, 태도의 변화 암시)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무기력한 자아 인식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크고 높은것 - 초월전 존재(운명) 인식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 - 운명론적 세계관 인식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움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슬픔과 한탄이 진정됨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마음이 진정되고, 감정이 정화됨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줏손 : 저녁 무렵(저물 무렵)

싸락눈 - 시련, 고난

나느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지난온 삶에 대한 반성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바위 옆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고통과 시련을 참고 견디는 의연한 자세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정한 : 맑고 깨끗한

 

★갈매나무

- 화자와 동일시된 대상, 현실 극복 의지의 표상, 희망

 

상징성

- 굳세고 정결한 태도로 살아가겠다는

화자의 현실 극복 의지를 형상화한 소재

- 눈을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는 갈매나무를 통해

화자 자신도 현재의 시련과 고통을 이겨 낼 의지와 희망을 갖게 됨

 

 

 

▶ 제목의 의미

남신의주(지역명)의 유동이라는 동네 있는 박시봉의 방을 의미한다.

'방'은 편지에서 집주인의 이름 아래 붙여 그 집에 거처함을 뜻하는 말로,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외로운 떠돌이 삶을 사는 화자 자신의 근황과

참담한 심경을 누군가에게 편지 쓰듯 고백하는 시의 내용과 어울려

시적 효과를 더해 주고 있다.

 

 

주제

: 무기력한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의 의지

 

 

특징 

1) 절망(하강 이미지)의 정서에서

희망(상승 이미지)의 정서로 시상 전개

2) 편지의 형식을 빌려 화자의 근황을 드러냄

3) 산문적 서술 형태이나,

쉼표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내재율을 획득

 

 

반응형

'오롯이 국어 공부 > 문학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사등> - 김광균  (0) 2024.01.16
<바퀴벌레는 진화 중> - 김기택  (1) 2023.12.09
<춘향전>  (2) 2023.11.30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  (1) 2023.11.25
<광야> - 이육사  (0) 2023.11.23